대낮에 일상이 마비된 스페인과 포르투갈
4월 28일 월요일 스페인 현지시간 오후 12시 30분, 스페인과 포르투갈 전역에서 대규모 정전 사태가 일어났다. 전력망이 순식간에 무너지면서 기차는 멈추고, 병원은 수술을 취소하며 비상발전기로 연명해야 했다. 심지어 마드리드 오픈 테니스 대회도 중단. 스페인 내무부는 정전 사태로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했고, 스페인 총리 페드로 산체스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다.
유럽 정전 사태의 원인은 무엇일까?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지만 다양한 원인을 유츄해 볼 수 있다.
1. 스페인 내륙 지역(특히 고온 지역)에서 갑작스런 온도 변화 발생 이로 인해 '초고압 송전선' (ultra-high voltage transmission lines)에서 예상치 못한 '대기 유도 진동(aeroelastic oscillation)'.
=> 현재 스페인 남부, 중부는 유럽에서 가장 빠르게 사막화가 진행 중인 지역이다. 지구 온난화로 인해 고온 현상이 빨리 시작되고 기단 이용( 뜨거운 공기/찬 공기 교체)이 더 격렬해졌다. 봄철(4월~5월)에는 "봄 폭풍(spring storms)" 같은 갑작스러운 기상 변화가 예전보다 훨씬 강력해졌다. 이러한 이유로 원래 '안정적'이던 봄 기온이 요동치기 시작한 것이다.
=> '대기 유도 진동'은 공기 흐름이 구조물(송전선)에 진동을 일으키는 현상 ,
바람+온도 차 → 불안정한 기류 → 송전선 진동 발생 → 진폭 증폭(공명 현상) → 구조적 불안정성
전선이 진동하면 전력 손실이 커지고, 전압·주파수도 불안정해진다. 심하면 송전선이 실제로 끊어지거나, 연결된 전체 전력망이 동기화 오류를 일으켜 "광역 정전"까지 이어질 수 있다.
2. 간헐적 특성을 지난 재생에너지 - 스페인을 비롯한 유럽 국가들은 풍력과 태양광 등 자연조건에 의존하는 재생에너지가 60% 이상인 경우가 많다. 재생에너지는 본질적으로 간헐적인 특성을 지니며 갑작스러운 기상 변화로 공급량이 급변할 경우 전력망에 과부하가 걸릴 수 있다. 풍력과 태양광 발전 비중이 지나치게 높아지면 오히려 시스템 불안정을 유발할 수 있다.
3. 전력망 동기화 실패
=> 유럽 국가들은 서로 전력을 주고받기 위해 '전력 시스템 동기화'를 유지한다. (모든 국가의 전력 주파수 예: 50Hz를 맞춰야 안정적으로 송전이 가능.) 그런데 진동으로 인해 송전선에 문제가 발생하자 전력 시스템의 동기화가 깨졌고, 전압과 주파수 불안정성이 연쇄적으로 퍼져 나갔다.
=> 동기화가 무너지면서 스페인 전체, 포르투갈, 프랑스 남서부 일부 지역에 걸쳐 대규모로 전력 차단 조치(자동 셧다운)가 발생했다.
이번 스페인, 포르투갈의 정전 사태에서 보이는 것처럼 유럽 전역에서 재생 에너지가 확대되면서 전력망과 저장 설비 필요성이 중요해졌다. 국제 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지난 15년간 대체 에너지에 대한 투자는 2배 증가한 반면, 전력망 투자는 그에 미치지 못한 것으로 보였다.
정치, 정책 전문매체 폴리티코(Politico)는 ' 이번 사건은 단순한 사고가 아니고 유럽이 탈탄소화(dé-carbonization)를 추진하면서 겪는 전력망 전환기의 불안정성을 적나라하게 보여준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동안 스페인은 성공적으로 화석에너지를 재생에너지로 전환한 ‘탈(脫) 탄소’ 모범 국가로 꼽으며 2030년까지 원자력 발전소를 단계적으로 폐쇄하려던 계획이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로 재생에너지의 간헐성과 낮은 관성(inertia)으로 으로 급격한 전력 수요 변화나 공급 불균형 시 전력망의 안정성을 위협할 수 있다고 말한다.
유라시아 그룹의 에너지 부문 이사인 헤닝 글로이스타인은 이번 정전 사태로 인해 기존 발전원을 유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을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또한 뉴욕타임스는 재생에너지 확대와 함께 배터리 등 즉시 활용 가능한 에너지원과 인프라에 대한 투자가 부족할 경우, 전력망의 안정성이 위태로워질 수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Pedro Sánchez vows to find the cause of huge power cut in Spain and Portugal | Spain | The Guardian
Pedro Sánchez vows to find the cause of huge power cut in Spain and Portugal
Rare weather conditions also thought unlikely to be behind blackout as 99.95% of Spain’s electricity supply is restored
www.theguardian.com
Spain, Portugal switch back on, seek answers after biggest ever blackout | Reuters
한국의 현재 전력 시스템 상태
한국은 화력발전소, 원자력 발전소 중심에 일부 대규모 태양광과 풍력 중심으로 여전히 중앙집중형 발전 구조가 강하다. 최근 재생에너지 비율이 늘고는 있지만 (2024년 기준 약 8~10% 수준), 스페인처럼 전체 전력의 50% 이상을 재생에너지가 차지하지는 않는다. 송전 인프라(특히 수도권 공급)는 비교적 안정적으로 관리되고 있지만, 아주 오래된 변전소나 송전망(특히 농촌·지방 지역)은 일부 노후화 문제가 있다. 에너지 저장(ESS) 구축은 빠르게 확대 중이지만, 아직 전국 전력망 전체를 커버할 만큼 충분하지는 않다.
따라서 한국은 스페인 이미 대규모 정전 위험이 현실화된 상황은 아니지만 앞으로 재생에너지 비율이 올라가고, 기후변화가 심해지면서 비슷한 "구조적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이 있다.